HR이 AI 변혁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 (리더십, 스킬 기반, 데이터 활용)
솔직히 저는 HR이 AI 변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IT 부서도 아니고 HR이 기술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니,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기술은 IT가 가져오지만, 그 기술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사람과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HR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HR이 AI 변혁의 공동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AI 도입은 IT 부서의 몫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한 글로벌 기업의 HR 담당자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약 2만 명 규모의 조직에서 IT, 법무, HR이 함께 모여 "향후 10년간 우리 조직에 필요한 스킬"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 중 누구도 확신을 갖고 말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AI가 업무를 어떻게 바꿀지,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 모두가 손탐색 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HR이 수동적으로 기다리면 조직은 방향을 잃습니다. AI 유창성(AI Fluency)이란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넘어, AI가 조직의 업무 흐름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기술을 사람의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조직 문화에 녹여내는 역할입니다. AIHR 연구소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조직의 86%가 이미 한 개 이상의 기능에서 AI를 활용 중이지만, 실제로 성과를 체감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기술은 있지만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한 제조업 고객사에서 AI 기반 채용 도구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했습니다. 초기에는 IT 부서 주도로 진행됐지만, 실제 면접관들이 AI 추천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프로젝트가 표류했습니다. HR이 개입해 면접관 교육과 알고리즘 설명 세션을 병행하자 비로소 도구가 현장에 안착했습니다. 기술 도입에서 HR의 역할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와 문화 형성의 핵심 축입니다.
스킬 기반 조직으로의 전환과 리더십 진단 데이터 활용
HR이 AI 시대에 진짜 힘을 발휘하려면 '헤드카운트(Headcount)'에서 '스킬카운트(Skill Count)'로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과거에는 "우리 부서에 몇 명이 필요한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어떤 역량 조합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니라, 조직 설계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의미합니다.
제가 주목한 건 과거 리더십 진단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입니다. 많은 기업이 승진 평가나 리더십 진단 과정에서 수집한 면담록, 동료 피드백, 주관식 응답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는 대부분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됩니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텍스트 데이터에서 "AI", "자동화", "데이터 기반" 같은 키워드가 언급된 맥락과 빈도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NLP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기술로, 방대한 텍스트에서 패턴과 의미를 추출하는 데 쓰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3년간의 리더십 면담 데이터를 분석하면 "AX(AI Transformation) 관련 혁신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제안하고 실행한 상위 5%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 사람은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인상이 아니라, 실제 행동 기록에 기반한 판단입니다. 디지털 유창성(Digital Fluency)이란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업무 프로세스에 통합하고 조직 전체에 확산시키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런 역량은 점수나 인상으로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과거 발언과 행동 패턴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저는 최근 한 금융사에서 리더 후보군 선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방식을 시범 적용해봤습니다. 과거 5년간 쌓인 승진 면담록을 AI로 분석했더니,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중간관리자 한 명이 일관되게 프로세스 자동화와 데이터 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그를 AX 태스크포스에 배치하자 팀 내 AI 도구 활용률이 40% 이상 올랐습니다. 데이터가 사람의 편견을 걷어낸 사례였습니다.
AI 투자 효과를 입증하는 HR의 데이터 역량
AI 도입 후 가장 까다로운 질문은 "그래서 성과가 뭐냐?"입니다. 일반적으로 AI는 생산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경영진은 결국 인건비 절감(Capacity Extraction)을 선택합니다. 실제로 최근 MIT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프로젝트의 95%가 기대한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은 도입했지만 프로세스와 사람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HR이 해야 할 일은 AI로 확보한 시간을 '재투자(Reinvestment)'하는 전략을 설계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 도구 덕분에 채용 담당자가 하루 2시간을 절약했다면, 그 시간을 후보자 경험 개선이나 내부 교육 설계에 재투자하고, 그 결과 채용 품질 지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추적해야 합니다. ROI(Return on Investment)란 투자 대비 수익률을 뜻하는데, AI 투자의 ROI는 단순한 시간 절감이 아니라 그 시간으로 창출한 부가가치로 측정돼야 합니다.
저는 한 IT 서비스 기업에서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AI 챗봇으로 신입사원 문의 응대 시간을 50% 줄였다는 데이터만 보고했습니다. 경영진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래서 절약된 시간으로 온보딩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신입사원의 90일 정착률이 15% 상승했다는 후속 데이터를 제시하자 비로소 예산 증액이 승인됐습니다.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AI는 비용 절감 도구로 전락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HR 조직 자체의 재설계입니다. 전통적으로 HR은 채용, 교육, 평가, 보상 같은 기능별 사일로(Silo)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일로란 조직 내 부서 간 소통과 협력이 단절된 상태를 뜻하는데, AI 시대에는 이런 구조가 치명적입니다. AI는 수직적 기능이 아니라 수평적 프로세스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단계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온보딩과 성과 관리에 연결돼야 AI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HR이 제품(Product)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으면, 개별 도구만 잔뜩 쌓이고 통합 효과는 사라집니다(출처: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 AI 투자 효과를 측정할 명확한 KPI를 사전에 설정하고, 시간 절감뿐 아니라 품질 개선 지표까지 추적합니다.
- 절약된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전략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정량 데이터로 입증합니다.
- HR 조직을 기능별 사일로에서 프로세스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데이터가 부서 간 자유롭게 흐르도록 설계합니다.
저는 최근 한 유통 기업의 HR 팀장과 대화하면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AI 도구를 하나 더 사기 전에, 지금 가진 데이터가 제대로 연결돼 있는지부터 점검하세요." 그는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실제로 채용-교육-평가 데이터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분산돼 있어서 AI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걸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화려한 AI 솔루션보다 먼저 해결할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결국 HR이 AI 변혁을 주도하려면 기술 이해, 데이터 역량, 조직 설계 능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HR은 사람 중심 부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제는 데이터와 기술을 사람만큼 잘 다루는 부서가 되어야 살아남습니다. AI 시대의 HR은 더 이상 지원 부서가 아니라, 조직 변화의 설계자이자 실행자입니다. 그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지금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 참고: https://youtu.be/kt6Qm3esTP8?si=go_f59ERI9qA0t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