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인 비위조사, 한국 인사팀이 뛰어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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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중국 법인 세팅을 마쳤을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끝났다. 나머지는 현지에서 알아서 하겠지."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급여체계까지 다 만들어줬으니 내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어느 날 중국 법인에서 제보가 들어왔다. 그것도 현지 HR이 아니라, 한국 본사 감사팀으로. 제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됐다. 현지에서 해봐야 흐지부지될 것 같고, 한국에서 결정권자가 움직여야 뭔가 달라질 것 같다는 믿음이었을 거다. 그 믿음의 무게가 결국 나한테 왔다. 비위조사, 해외인사 담당자가 왜 직접 가야 했나 감사팀과 협의한 끝에 내가 직접 중국 현지로 출장을 가기로 했다. 노사 업무는 사실 내 전문 영역이 아니었다. 나는 해외인사, 즉 해외 법인 세팅과 인력운영 쪽이 주 업무였고, 징계나 조사 같은 건 노사 담당자가 따로 있었다. 그래서 이번 출장에서는 노사 담당자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출장 전에 조사 시나리오를 같이 짜고, 면담 질문지를 만들고, 어떤 순서로 누구를 만날지까지 함께 준비했다. "인사 업무는 채용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현장에 들어와보면, 채용은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현장에서 개인별 면담을 진행하고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다시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이 왜 존재하는지, 직접 몸으로 이해했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상황에 따라 진술이 달라진다는 것도. 한국인과 중국인이 영어로 민감한 이야기를 해야 했던 아이러니 가장 어려웠던 건 언어 문제였다. 나는 중국어를 못하고, 상대는 한국어를 못한다. 그러면 답은 영어인데, 한국인과 중국인이 영어로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캐내고 답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뉘앙스가 전달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

조직개편, 자주 하면 독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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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리더가 오자마자 조직도부터 뒤집는 장면을 꽤 자주 본다. 나도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처음엔 "새 리더가 왔으니 새 판을 짜겠구나" 싶어 이해했다. 그런데 그게 일 년에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직장이 바뀌면 왜 꼭 조직을 뜯을까 솔직히 말하면, 조직개편은 새 리더가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두면 "전임자 방식을 따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방향이 맞든 틀리든 일단 손을 대고 보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그 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이고, 설령 옳더라도 그 속도와 빈도가 조직을 흔들어놓는다는 거다. 대기업 출신 핵심인력이 떠난 진짜 이유 내가 일했던 회사에 대기업에서 전직해 온 핵심인력이 있었다. 역량도 좋고 조직 적응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이 2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연장을 거절하고 떠났다.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돌아온 말이 이거였다. "1년에 세 번 조직이 바뀌는데, 저는 솔직히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불안해서 일을 못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말이 맞다. 조직개편은 분위기 쇄신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잦으면 오히려 안정감을 빼앗는다. 특히 역량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역할과 영역이 명확해야 성과를 낸다. 그게 흔들리면 먼저 짐을 싼다. 사업부 개편은 왜 더 민감한가 단순히 팀 이름이나 보고 라인이 바뀌는 것과, 사업부 자체가 바뀌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사업부가 달라지면 인센티브 지급률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업부는 성과급 비율이 높고, 어떤 곳은 낮다. 같은 직급, 같은 역할인데 소속이 바뀌면서 보상 체계가 흔들리면 당연히 민감해진다. 개편 유형 구성원 영향 민감도 팀명·보고라인 변경 ...

상대평가 vs 절대평가, 현장에서 겪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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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 vs 절대평가, 현장에서 겪어보니 HR 일을 하다 보면 매년 연말이 되면 꼭 한 번씩 머리가 지끈거리는 시즌이 온다. 바로 인사평가 시즌이다. 나는 2014년부터 인사 업무를 해왔는데, 그동안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둘 다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장단점이야 누구나 알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솔직하게 해보려 한다. 상대평가의 현실: 잘하는 사람도 못 받는 S등급 상대평가는 말 그대로 직원들을 서로 줄 세우는 방식이다. 보통 S-A-B-C 같은 등급을 쓰고, 각 등급별로 비율을 미리 정해둔다. 예를 들어 "S는 10%, A는 20%, B는 50%, C는 20%" 이런 식이다. 현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아무리 봐도 올해 정말 잘한 직원인데 배분율이 꽉 차서 상위 고과를 못 주게 될 때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직원 입장에서는 더 억울하다. "내가 왜요?"라는 질문에 "비율이 다 찼어요"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HR 입장에서도 면목이 없다. "열심히 했는데 고과가 낮은 건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팀 운이 없어서라는 건가요?" — 상대평가 운영 당시 한 직원의 피드백 이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잘한 해에는 누군가는 억울하게 하위 등급을 받아야 하는 구조. 이게 상대평가의 구조적인 한계다. 반면 장점도 분명히 있다. 조직 내에서 누가 진짜 잘하는 사람인지 식별하기가 쉽다는 것. 탁월한 인재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는 상대평가가 훨씬 명확하다. 절대평가 도입 후 생긴 뜻밖의 문제들 그래서 우리 회사도 한때 절대평가로 전환을 했다.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좋은 고과 받을 수 있다"는 논리였고, 처음엔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운영을 해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

조직문화 변화 (영미권, 유럽,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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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복도에서 "미국 대기업들 DEI 접는다던데?"라는 동료의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노트북 화면에 띄워둔 '다양성 정책 도입 제안서' 파일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 그쪽은 벌써 끝이라니. 글로벌 조직문화는 문화권마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영미권은 성과 중심으로 회귀하고, 유럽은 유연성을 지키며, 아시아는 기술과 사람을 조화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영미권, 전통으로 돌아가는 이유 팬데믹 이후 영미권 기업들이 강조했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2025년 들어 급격히 축소되고 있습니다. 조직 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지속 강조해왔었는데요. 메타나 월마트 같은 대기업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줄이거나 폐지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단순히 비용 절감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적 압력과 보수 성향 주주들의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연방 공무원들의 재택근무가 전면 종료되고 사무실 전일 출근이 의무화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마존 같은 기업도 주 5일 출근을 강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갤럽 조사에 따르면( 출처: Gallup ) 미국 직장인의 59%는 여전히 주 2~3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합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의 온도 차가 상당합니다. 일부 리더들은 '남성적 에너지'를 강조하며 강한 리더십과 경쟁 문화를 되살리려 하는데,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직원들은 피곤해하고, 이직 고민을 공개적으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균형을 지키려는 노력 유럽은 영미권과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고,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일반적...

실패를 성장으로 바꾸는 법 (심리적 안전감, 지능적 실패, 조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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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팀원들과 함꼐 고민하여 '맞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실패하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쳤고, 부서장 인터뷰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위 평가 배분율 확대를 제안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성과 동기를 높이려는 취지는 분명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논리는 맞았는데 설득은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 덕분에 진짜 문제를 봤고, 재원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성공적인 조직과 개인은 실패를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좋은 실패도 숨겨집니다 제가 배분율 확대안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구성원들이 두려워한 건 평가 등급이 아니라 보상의 감소였습니다. 저는 차별화된 보상 구조의 논리만 설명했지, 그들이 느낀 불안을 다루지 못했습니다.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굴욕, 당황, 거절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수나 의문을 꺼냈을 때 비난받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실패를 숨깁니다. 새로운 시도를 사일로(silo) 안에서 조용히 진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무능함으로 치부됩니다. 제약 회사 나르디스는 규제가 심한 환경에서도 매년 가장 큰 실패에 대한 시상까지 하며 문화적 호기심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조직에서 실패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여전히 체면을 구기는 일로 읽힙니다. 리더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에게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의견이 틀렸더라도 "알려줘서 고맙다"고 반응하며 긍정적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재원 구조 재설계안을 다시 내놓을 때, 현장의 우려를 먼저 경청하고 그 불안을 해소...

스킬 기반 조직 전환 (직원 참여, 리더 저항, 현실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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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역량 진단 시스템이 열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솔직히 "또 입력해야 하나" 하는 피로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자기평가, 그런데 그 결과가 제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Deutsche Telekom이 10만 명 규모로 진행 중인 스킬 기반 조직 전환 사례를 보면서, 제가 느꼈던 이 간극이 바로 많은 기업이 마주한 핵심 문제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직원 참여를 끌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스킬 기반 조직(Skills-based Organization)이란 직무나 직급이 아닌 개인의 역량과 스킬을 중심으로 인재를 배치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당신이 무슨 직급인가"보다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두는 방식입니다. Deutsche Telekom은 수년 전부터 스킬 택소노미(Skill Taxonomy)를 구축해왔지만, 정작 직원들은 그 플랫폼에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인사팀은 데이터를 원했지만, 현장 직원들은 "이걸 왜 입력해야 하지?"라는 의문만 쌓였던 겁니다. 제가 경험한 현장도 비슷했습니다. 연초마다 열리는 역량 진단 시스템에서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해결력 같은 항목에 3~4점을 체크하고, 부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점수로 승인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물어보면 "교육 수요 조사에 참고했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자신에게 어떤 실질적 이득을 주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Deutsche Telekom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킬 데이터를 학습 기회, 내부 채용 공고, 프로젝트 매칭, 멘토링 등과 직접 연결했습니다. 직원이 자신의 현재 스킬을 입력하면,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즉시 추천되고, 희망하는 미래 역할에 필요한 스킬 갭(Skill Gap)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 플...

마이크로매니징 탈출기 (권한위임, 번아웃,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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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때 보고서 한 장 완성하는 데 이틀씩 걸리는 환경에서 일했습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습니다. 글자 크기, 줄 간격, 표 테두리 굵기 같은 서식 때문이었습니다. 팀장은 늘 형식을 먼저 봤고, 본질보다 포장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팀원들은 자신의 판단력을 잃어갔고, 저 역시 '어차피 바뀔 텐데'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경험은 비단 저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많은 조직에서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이 팀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은 왜 팀을 멈추게 하는가 마이크로매니징이란 리더가 팀원의 업무 세부사항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관리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팀원에게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어떻게' 할지까지 지시하는 것입니다. 제가 함께 일했던 동료 중 한 명은 입사 초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하던 사람이었는데, 반복된 세부 수정 지시 속에서 6개월 만에 '시키는 것만 하자'는 태도로 바뀌었습니다. 리더의 관리 방식 하나가 사람 하나를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팀원이 아무리 역량이 있어도 스스로 판단하는 근육이 자라지 않습니다. 늘 위에서 검토하고 수정하고 승인받는 구조가 고착되면, 팀원은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잃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혁신과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리더 본인도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느라 소진됩니다. 특히 HR 리더가 자기 팀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은, 조직 전체에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권한위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권한위임(delegation)이란 리더가 업무의 의사결정과 실행 권한을 팀원에게 넘겨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일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여지와 책임을 함께 이양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글로벌 기업 CHRO는 "목적지(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