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전문성의 출발점 (현장 경험, 인재 리텐션, 리더십 코칭)
일반적으로 HR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제가 11년간 인사 기획자로 일하며 확신한 건, 현장을 모르는 인사는 조직의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비즈니스 최전선의 언어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교한 제도를 설계해도 현장에서는 '탁상공론'으로 전락하기 십상입니다.
현장 경험이 HR 전문성의 시작입니다
저는 인사팀을 외부에서 새로 채용하는 대신, 실제 영업과 생산 현장에서 뛰던 인력을 인사팀으로 영입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현장의 DNA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구성원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피부로 이해했습니다. 덕분에 인사 정책이 현장의 맥락에서 즉각 설계되고 실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현장 친화적'이라는 수사를 넘어, 조직 설계(Organizational Design)의 핵심 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조직 설계란 업무 프로세스와 구조, 인력 배치를 최적화하여 조직의 목표 달성을 돕는 전략적 활동을 뜻합니다. 현장 경험이 없는 HR은 이 설계 과정에서 구성원의 실제 업무 흐름과 고충을 반영하지 못해, 결국 '종이 위의 제도'만 양산하게 됩니다.
실제로 현장 출신 인사 담당자들은 퇴직 면담에서도 남다른 힘을 발휘했습니다. 단순히 "왜 떠나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어떤 한계를 느꼈는지"를 현장의 언어로 깊이 있게 공감했고, 이는 맞춤형 리텐션 전략(Retention Strategy)으로 이어졌습니다. 리텐션 전략이란 핵심 인재의 이탈을 방지하고 조직 내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인사 정책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구성원이 '이 회사에 계속 있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제도와 문화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인재 리텐션은 붙잡기가 아니라 성장 설계입니다
많은 회사가 퇴직자를 단순히 '이탈자'로 보고, 어떻게든 붙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구성원이 떠나려는 이유는 대부분 '성장의 정체' 때문입니다. 10년 차가 2년 차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 조직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퇴직자들과의 면담에서 그들의 커리어 골(Career Goal)을 먼저 이해하려 했습니다. 커리어 골이란 개인이 직업 생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중장기적 목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3년 내 특정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 '5년 내 팀장급으로 성장하겠다' 같은 구체적인 방향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를 파악한 뒤, 회사 내에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를 함께 점검했습니다.
설령 이별이 불가피하더라도,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퇴직자를 단순한 이탈자가 아닌, 우리 회사의 가치를 외부에 전파하는 동문(Alumni)으로 만드는 문화를 안착시켰습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출처: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퇴직자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일수록 인재 재영입률과 브랜드 신뢰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리더십 코칭의 핵심은 질문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설명을 잘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바로는, 진짜 리더십은 질문을 통해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사람은 남이 설명해준 것은 24시간 뒤 10%밖에 기억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내뱉은 말은 90% 이상 기억한다는 학습 과학의 원리가 여기에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팀의 비전을 리더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우리 팀이 잘하는 게 뭘까?", "이 비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전에 대한 오너십(Ownership)을 자연스럽게 갖게 됩니다. 오너십이란 구성원이 업무나 목표를 '내 것'으로 여기고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물론 지시가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나 명확한 실행이 요구될 때는 지시가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싶다면, 질문을 먼저 하고 지시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제가 리더십 코칭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리더는 '말하는 법'이 아니라 '참는 법', 즉 질문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CEO의 비전이 HR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HR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CEO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공에 뜹니다. 저는 HRBP(Human Resources Business Partner) 역할을 하면서, CEO와의 코칭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HRBP란 단순히 인사 정책을 집행하는 것을 넘어, 경영진의 파트너로서 비즈니스 목표 달성을 위한 인사 전략을 함께 수립하는 역할을 뜻합니다.
특히 퇴사자를 바라보는 CEO의 관점이 조직 문화의 수준을 결정짓습니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퇴사자를 '배신자'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코칭을 통해 관점을 전환한 뒤, 그는 퇴사자를 '우리 회사에서 성장해 나간 사람'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창업에 투자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성공하면 자신의 회사 브랜드도 함께 올라간다는 걸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 전환은 단순히 '착한 경영'이 아닙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출신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공하며 모기업의 브랜드 자산을 높인 사례처럼, 퇴사자 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인재 영입과 협업의 자원이 됩니다. HR은 CEO가 이런 전략적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HR의 진짜 전문성은 제도 운영이 아니라 조직 성장의 촉매 역할에서 나옵니다. 현장을 이해하고, 구성원의 커리어 골을 존중하며, 리더가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고, CEO의 비전을 함께 설계하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HR은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전략적 파트너가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할을 해내는 HR만이 구성원과 경영진 모두에게 신뢰받을 수 있었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qdk7u_UO-xY?si=YXE47TeFTs86kd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