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조직의 채용 기준 (인재 전략, 조직 건강, 성장 관리)
"회사가 1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하면 문제도 두 배가 됩니다." Celonis의 CPO 안드레가 한 이 말이 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800명이던 조직을 5년 만에 3,500명 규모로 키운 그의 경험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서 채용 기준을 타협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저 역시 HR 현장에서 '일단 사람이라도 뽑자'는 압박 속에서 기준을 낮춘 채용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경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기준이 왜 중요한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채용 기준을 낮추면 생기는 일
몇 년 전 데이터 분석과 현업 커뮤니케이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링크드인도 열심히 찾아보고 헤드헌터한테도 매일 연락을 해봤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적합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현업 팀장은 "일단 비슷한 사람이라도 데려와서 키우면 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저도 그 압박에 결국 기준을 조금 낮춰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혹독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분석 툴 활용에는 익숙했지만, 데이터를 해석해서 현업에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전달하는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팀장이 직접 해석과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야 했고, 그 포지션을 만든 목적 자체가 흐릿해졌습니다. 인건비는 동일하게 지출되고 있는데, 기대했던 아웃풋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양성을 하면 된다고 했지만 경력직에게는 성과를 바로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안드레가 말한 것처럼, 성장은 자비가 없습니다. 기준에 못 미치는 인재를 데려오면 조직이 커질수록 그 문제는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 증폭됩니다. 당시에는 '한 명쯤이야'라고 생각했지만, 팀 전체의 업무 밀도와 신뢰에 균열이 생기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HR 용어로는 '조직 부채(Organizational Debt)'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지금 당장은 문제가 안 보여도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 쌓이는 것입니다.
성장 곡선보다 앞서 생각하는 법
안드레는 '성장 곡선보다 앞서 생각해야 한다(Think ahead of the scaling curve)'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이를 '다초점 안경(bifocals)'에 비유했는데, 한쪽 눈으로는 지금 당장의 운영 이슈를 보고, 다른 한쪽 눈으로는 2~3년 후 조직의 모습을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만드는 프로세스가 회사가 두세 배 커졌을 때도 작동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특정 부서에서 채용이 급격히 늘어나던 시기에 온보딩 프로세스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있긴 있었는데, 문서 몇 장과 구두 설명, 선배한테 '이거 물어봐' 수준이었습니다. 팀이 10명일 때는 그게 됐습니다. 선배가 옆에 있고 분위기로 배우고 뭔가 모르면 바로 물어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부서가 30명이 넘어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신규 입사자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른 채 한 달을 보내고, 기존 구성원들은 신규자 케어에 치여서 정작 본인 업무가 밀리고, 팀장은 그 모든 걸 혼자 감당하다가 번아웃이 왔습니다. 그때 팀장이 제게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사람이 더 들어올수록 왜 더 힘들어지죠?"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고, 저도 제가 직접하는게 빠르지, 가르치면서 하는건 더 힘든것을 이해했거든요.
셀로니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기마다 각 임원과 '조직 건강 체크인(Org Health Check-in)'을 진행했습니다. 간단한 KPI와 특정 지표들을 보면서 "지금 이 기능이 건강한가요?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구조를 만드는 행위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직 효율성을 지키는 실전 방법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게 바로 효율성입니다. 예산이 크고 성장이 빠를 때는 사람들이 쉽게 효율성을 잃어버립니다. 안드레는 이를 '사춘기 아이'에 비유했는데, 바지는 항상 짧고 신발은 항상 작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했습니다. 조직이 너무 빨리 크면 제도는 예전 기준으로 되어 있고, 사람은 늘었고, 역할은 불명확하고, 결재 라인은 꼬여 있습니다.
셀로니스가 실천한 방법 중 하나는 각 임원과의 정기 점검을 루틴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각 기능별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확장 가능한(scalable)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스케일업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민첩성(Agility)'과 '확장성(Scalability)' 사이의 균형입니다. 스타트업처럼 모든 결정을 유니크하게 처리하고 싶지만, 동시에 규모를 키우려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이를 싫어합니다. "우리는 민첩한 회사인데 왜 이런 규칙이 필요해요?"라고 말하죠. 하지만 매번 바퀴를 새로 발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많은 스타트업, 스케일업 기업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 분기마다 각 기능별 조직 건강 지표(Org Health KPI)를 점검합니다
- 현재 프로세스가 조직이 2배 커졌을 때도 작동할지 질문합니다
- 채용 시 역량뿐 아니라 빠른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마인드셋도 평가합니다
- 정기적인 학습의 날(Learning Days)을 통해 기능별 역량을 집중 강화합니다
스케일업 HR 리더가 꼭 알아야 할 것
안드레에게 "지금의 자신에게 5년 전으로 돌아가 조언한다면?"이라고 물었을 때 그의 답변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음에 너무 순진했다고 고백했습니다. 60,000명 규모의 지멘스에서 왔기 때문에 800명짜리 회사가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기업에서의 복잡성은 '규모'에서 오지만, 스케일업에서의 복잡성은 '변화의 속도'에서 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중견기업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옮겼을 때, 처음 몇 달은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제 결정한 프로세스가 오늘은 맞지 않고, 지난주에 채용한 포지션이 이번 주에는 이미 역할이 바뀌어 있는 식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완벽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 정도의 구조'를 만들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게 핵심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안드레는 스케일업 환경에 오고 싶은 HR 리더들에게 세 가지를 물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첫째, 당신을 움직이는 게 지위(Status)인가, 임팩트(Impact)인가? 둘째, 이 회사의 목적(Purpose)에 진심으로 공감하는가? 셋째, 함께 일할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스케일업 환경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스케일업은 힘들고 불확실한 순간이 많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신뢰와 우정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힘든 순간마다 팀원들과의 관계가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주말에 일하고 야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네, 힘들지만 이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가능합니다"라고 답합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때 채용 기준을 타협하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다리는 게, 나중에 기준 이하의 채용이 만들어내는 비용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는 그 경험 이후 채용 결정 앞에서 조급해질 때마다 "기다리는 불편함 vs. 타협의 대가" 두 가지를 저울질하는 습관을 갖게 됐습니다. 성장은 자비가 없다는 말, HR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벽에 붙여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짧은 글이지만 여러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배우며 성장하겠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atDe3mLbMDk?si=CHpoBDYKcHcCeo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