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성장으로 바꾸는 법 (심리적 안전감, 지능적 실패, 조직 문화)
저는 팀원들과 함꼐 고민하여 '맞는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실패하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쳤고, 부서장 인터뷰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위 평가 배분율 확대를 제안했을 때가 그랬습니다. 성과 동기를 높이려는 취지는 분명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논리는 맞았는데 설득은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 덕분에 진짜 문제를 봤고, 재원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성공적인 조직과 개인은 실패를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좋은 실패도 숨겨집니다
제가 배분율 확대안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구성원들이 두려워한 건 평가 등급이 아니라 보상의 감소였습니다. 저는 차별화된 보상 구조의 논리만 설명했지, 그들이 느낀 불안을 다루지 못했습니다.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굴욕, 당황, 거절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수나 의문을 꺼냈을 때 비난받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실패를 숨깁니다. 새로운 시도를 사일로(silo) 안에서 조용히 진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무능함으로 치부됩니다. 제약 회사 나르디스는 규제가 심한 환경에서도 매년 가장 큰 실패에 대한 시상까지 하며 문화적 호기심을 장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조직에서 실패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여전히 체면을 구기는 일로 읽힙니다.
리더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에게 "무엇이든 말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의견이 틀렸더라도 "알려줘서 고맙다"고 반응하며 긍정적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재원 구조 재설계안을 다시 내놓을 때, 현장의 우려를 먼저 경청하고 그 불안을 해소하는 데이터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제야 설득이 시작됐습니다.
지능적 실패는 축하받아야 합니다
모든 실패가 같은 건 아닙니다. 에드먼슨 교수는 실패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첫째, 지능적 실패(intelligent failure)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영역에서 시도하는 실패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집니다. 둘째, 기본적 실패(basic failure)는 단일 원인, 주로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실패입니다. 셋째, 복합적 실패(complex failure)는 여러 요인이 결합되어 발생하는 실패로, 개별 요인만으로는 실패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제 첫 번째 배분율 확대안은 전형적인 지능적 실패였습니다. 새로운 보상 구조를 시도했고, 충분히 논리적으로 준비했으며, 낭비는 없었습니다.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지점을 발견했고, 다음 설계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실패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직 길이 없는 새로운 영역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발생한 실패여야 합니다.
- 충분한 준비를 하고 성공 가능성을 믿지만, 실패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최소한의 실패여야 합니다.
반면 나쁜 실패는 익숙한 영역에서 성실하지 못하거나 부주의한 작업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미 해결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는 축하받아서는 안 됩니다. 실수(mistake)와 실패(failure)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수는 이미 정해진 절차나 방식이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편차이고, 실패는 새로운 영역에서 가설이 틀렸거나 시도가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과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다만 그들의 실패에 대한 관계가 더 건강하고 덜 부담스럽기 때문에, 더 많은 좋은 실패와 새로운 실패를 경험하며 이를 통해 성장합니다. 실패를 향해 나아가고 불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마법이 일어나는 지점입니다.
조직 문화는 실패 유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재원 구조를 재설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맥락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같은 조직이라도 연구 개발 부서와 제조 라인은 실패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야 합니다.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실패가 당연하지만, 제조 라인에서는 식스 시그마(Six Sigma) 수준의 완벽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조직은 실험을 잘하고, 익숙한 영역에서는 실패 없이 운영하기 위한 역량을 개발해야 합니다. 에드먼슨 교수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 상황 인식(situation awareness), 시스템 인식(system awareness)이라는 세 가지 핵심 역량을 강조합니다. 자기 인식은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상황 인식은 주변 환경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며, 시스템 인식은 부분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역량은 더 나은 실험을 설계하고 예방 가능한 실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현대 사회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VUCA)으로 가득 차 있어 처음부터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VUCA란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약자로,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을 설명할 때 쓰이는 용어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과학자처럼 생각하며 계획을 가설로 여기고 끊임없이 검증해야 합니다.
저는 HR 제도 설계 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안돈 코드(Andon cord) 같은 장치를 참고합니다. 생산 라인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즉시 라인을 멈추는 것인데요. 구성원이 무언가 확실하지 않을 때 즉시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보상 제도 개편 과정에서 현장 구성원이 "이 부분은 우리 팀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즉시 피드백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두니, 시행착오가 크게 줄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통해 실패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못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목표를 '개선하는 것' 자체로 설정하면, 실패는 자연스럽게 학습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최고가 되는 것"보다 "더 나아지는 데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개선을 위한 노력이 곧 업무가 됩니다. 학교 시스템은 종종 맞고 틀림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하여 성장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하게 만들지만, 실무에서는 반복적인 시도와 노력을 통해 능숙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조직이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바꾸려면 먼저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고, 실패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맥락에 맞는 기대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내 실패가 지능적인 실패였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에드먼슨 교수의 이론이 완벽한 건 아닙니다. 한국의 위계 문화와 체면 중시 풍토에서 바로 적용하기엔 선결 조건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실패를 분류하고, 좋은 실패를 축하하며, 구성원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HR 실무자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참고: https://youtu.be/5F9k9I3xenM?si=W6JwzskyuwWgx6Uh